사물인터넷에 도전한 구글

‘산업화에서는 늦었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서가자’라는 구호에 따라우리 사회의 모든 것들이 정보화에 집중되었던 2006년에 이어령 교수는 ‘디지로그’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디지로그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로 아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 혹은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 정서가 융합하는 첨단기술을 의미하는 말이다.

당시에는 아날로그적 쓰임이 디지털 기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완함으로써 새로운 ‘틈새’ 영역을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사물인터넷시대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상호보완적으로 음합된 진정한 디지로그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2014년 1월 13일, 구글은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뉴스를 발표한다. 창업한 지 4년, 직원 300명, 제품 라인업은 아직 스마트 온도조절계와스모크 감지기 등 2개밖에 되지 않는 신생 기업인 네스트램스NestLabs를 33억 달러(한화3조 2,000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더욱이 구글은 불과 며칠 뒤 3년 전 125억 달러에 인수했던 모토롤라를 약 30억 달러만 받고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레노버에 매각한다고 밝혀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구글의 투자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4년 기업 인수 합병M&A 시장에서 구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우선 구글은 2014년 창사 이래로 가장 많은 인수 합병 건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4년 7월까지 구글이 진행한 인수합병 건수는 올 7월까지 23건에 달한다고 보도했고, 이는 전년도의18건과 2012년 12건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검색 광고로 시작해 지금의 구글을 만든 안드로이드와 유튜브도 인수 합병을 통해 확보한결과물이다.

인수 합병을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 확장과 성장 동력을확보하고 있는 구글의 행보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샀는가’를 통해 미래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4년 6월에 네스트 랩스를 통해 CCTV 업체인 드롭캠을인수하며 본격적인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암시했고,2014년 7월에는 연초에 선보였던 의료용 스마트 콘택트렌즈 개발을 위해 스위스 제약업체 노바티스와 공식 라이선스 체결을 완료했다. 또한 지난 몇 년간 심혈을 기을였던 무인 자동차와 구글 글래스 개발도 적극적으로추진하고 있다.

구글의 경쟁자인 애플도 오프라인 세상으로의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애플은 구글,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여느 IT 기업들과 달리인수 합병에 적극적인 회사가 아니다.

하지만 애플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제3의 협력자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사물인터넷 관련 운영체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애플은 2014년 4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자동차를 위한 카플레이CarPLay 시스템을 선보였다.

카플레이는 자동차에 내장된 터치스크린 기기를 아이폰과 연결해 인터넷 검색, 연락처와 메시지 확인, 음성인식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서비스다.

또한 2014년 6월에는 2014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사물인터넷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마트홈과 헬스케어 시장을위해 홈킷Home Kit과 헬스킷Health Kit을 공개했다.

홈킷과 헬스킷 모두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도구인데, 예를 들어 홈킷은 스마트흠의 가전 기기를 제어하는 APK운영체제와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통신에사용되는 언어나 메시지 형식)로 스마트 기기 제어와 관련한 프로토콜과접속 수단을 제공한다. 애플은 카플레이, 흠킷, 헬스킷을 통해 전통적인 산업 분야의 기업들과 연대를 강화하며 오프라인 시장 진입을 위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 벤츠는 운전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수십 개의 센서와 평소의 운전 습관을 기억하기 위한 저장 장치로 이루어진 어텐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기능을 통해 운전자보다 먼저 자동차 사고를 예방한다.

어텐션 어시스트는 운전자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면 졸음운전을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요란한 경보음과 ‘잠시휴식을 취하세요’라는 경고문을 띄우는데, 거의 모든 차종에 이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기술로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여 자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물인터넷이 일반소비자시장에서 주목받기 전부터 세계적인 물류기업인 유피에스(UPS와 페덱스Fedex는 물론 국내 물류업체들도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발송부터 배송물이 고객에게 전달될 때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CJ대한통운이 2010년부터 경기도 이천의 덕평 물류 센터에 3D 비저빌리티visibility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물류 센터 내에 보관된 상품에 일종의 전자 태그인 RFID 칩을 부착해 제품 정보를 실시 간으로 파악하고 3D 영상으로 보여주는방식이다.

글로벌 업체인 페덱스는 배송의 동선을 알려주는 센스어웨어SenseAware 기기를 통해 배송물의 위치뿐만 아니라 배송물이 있는곳의 온도, 습도, 기압, 내용물의 빛 노출 여부 등 배송 환경까지도 파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