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IT의 결합 PIN테크 시대 모바일 결제시대가 왔다.

아프리카에서는 통신사가 은행의 역활을 대신하고 있다. 은행 점포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2014년 1분기 기준 8-퍼센트나 되는 휴대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모바일 뱅킹이 널리 쓰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모바일 뱅킹은 현금 거래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프리카 은행들은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인 송금과 지급 결제의 주도권이 없어 사업 환경이 어렵고, 통신사의 모바일 뱅킹 고객을 조금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처지다.

통신사가 은행을 대체하고 있다는 말은 ICT 기업이 은행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이해된다. 이러한 아프리카의 금응 서비스 상황이야말로 핀테크의 대표적인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핀테크는 금응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등 금응과 IT의 융합형 산업을 말한다.

핀테크라는 용어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ATM,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이 모두 이에 속한다. 그러고 보면 핀테크는아프리카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중국 등에서도 나타나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다.

특히 아프리카나 중국처럼 IT 기술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산업이 낙후된 곳일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액센츄어Accenture에 따르면,핀테크 벤처기업에 대한투자금액이2008년 9억 2,000만 달러에서 2013년 29억 7,000만 달러로 늘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20년까지 ICT 기업이 기존 은행의 시장점유율을30퍼센트가량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앞서 아프리카를 예로 들었듯이, 핀테크의 가장 기본은 모바일 송금 서비스다. 국내에는 아직 ICT 기업의 대표적인 모바일 송금 서비스라고 할 만한 것이 없는데, 2014년 11월 초에 뱅크월렛카카오라는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원래 뱅크월렛은 시중 은행이 함께 만든선불화폐 기능을 지원하는 모바일 월렛이다. 송금과 결제,ATM 인출등의 금응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이 뱅크월렛을 카카오 플랫폼에 적용한 것이 바로 뱅크월렛카카오다.

뱅크월렛카카오는 기존의 뱅크월렛처럼 뱅크머니라는 선불화폐를통한 송금과 출금 그리고 결제 기능을 갖췄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송금이다.

송금을 하기 위해 모바일 뱅킹처럼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고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다. 연동된 가상 계좌로 로그인한 뒤 비밀번호를 한 번 입력하는 것으로 바로처리된다. 그리고 계좌 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불편도 없다. 전화를 걸기 위해 주소록에서 검색하는 것처럼 그냥 친구 리스트에서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카카오는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유용한 가상 화폐 플랫폼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2000년대 초반에 크게 유행했던 싸이월드 ‘도토리’ 같은 가상 화폐 플랫폼은 충전이 번거로웠지만, 뱅크월렛카카오 는 타인이 송금한 뱅크머니를 카카오 플랫폼에서 그대로 이용할 수있어 편리하다.

게다가 뱅크월렛카카오는싸이월드보다 더 편리한 결제 수단을 제공한다. 비밀번호를 한 번 입력하는 것으로 뱅크머니를충전할 수 있고,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각각 30만 원,50만 원 한도로 현금처럼 쓸 수 있으며 ATM기에서 인출도 가능하다. 그런데 가상 화폐 플랫폼의 편의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콘텐츠다.

싸이월드 도토리는 지금처럼 결제 수단이 편리하지 않았던 당시에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싸이월드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꾸미기 ·음악·폰트 등 다양한 콘텐츠 덕분이었다.

현재 카카오에서도 아이템 스토어 ·선물하기 ·카카오페이지(만화, 소설 등)게임 등 예전의 싸이월드 못지않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뱅크월렛카카오가 파급력 있는 핀테크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것은주요 이해관계자인 금응기관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템크월렛카카오에는 대부분의 시중 은행들이 참여한다. 국내 스마트폰사용자의 약 93퍼센트인 3,700만 명이 이용하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페이팔Paypal.을 통해 간편송금서비스가 시작되어 이미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유사한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사용자 수 확보가 어려워 안착하지 못했는데, 뱅크월렛카카오는 카카오의 엄청난 회원 수를 잠재적으로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다른 것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 규제가 다소 완화되며 다양한 ICT 기반 송금 서비스가쏟아져 나을 것으로 보여 각 은행은 모바일 뱅킹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은행 고유의 송금 서비스가 다른 플랫폼에서제공된다는 불안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카카오와 손을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뱅크월렛이 뱅크월렛카카오로 서비스가 변경되자 뱅크월렛에서 빠지기로 했다.

부정 거래 시 책임 소재와보안 등의 문제점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아마도 카카오에 주도권을빼앗겨 고객 접점을 잃는 상황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자사의 하나N 월렛을 통해 뱅크월렛카카오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폐쇄형 SNS인 네이버의 밴드도 송금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밴드에서 제공 중인 ‘N빵 계산기’ 기능을 연계해 직접 송금이 가능한 방식이다. 현재는 금액과 멤버를 입력하면 n분의 1로 계산된 금액이 나타나는데, 이를 연동된 가상 계좌로 바로 입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방향이나 협력할 전자 결제 기업이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과도한 금응 규제와 경직된 분위기로 금응기관의 모바일 뱅킹이 아닌 다른 송금 서비스가 발전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모바일 금응 서비스도 은행 등 금응기관의 영역으로 한정되어 생각하는 경향이 높았고 관련된 핀테크 서비스의 발달도 늦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ICT 기업인 카카오의 송금 서비스 진출은 모바일 기반의 다양한 금응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에 금융기관들도 ICT 기업에 모바일 결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기존의 단순 서비스에서 탈피해 보다 특화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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